애초에 난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정말 친한 사이라면 많을 때도 있지만, 평소에 말이 많지는 않다.
그런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뭐가 있을까.
무의식적으로 쓰는 말은 당연히 내가 인지하고 있지 않을 테니, 의식적으로 쓰는 말 중에는 “그럴 수 있지”인 것 같다.
이 말은 언뜻 보면 많은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때에 따라서 이것만큼 선 긋기가 없을 때도 있다.
누군가를 만나서 상대의 반응에 대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뉴스나 기사, 지인의 일화를 듣고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할 때가 있다.
대상이 온전히 이해될 때 쓰지만, 사실 이해가 안 될 때도 쓴다. 무슨 얘기냐면, 이해는 안 되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게 얘기(행동)하는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이유가 궁금하지도 않은 것이다.
포장을 조금 해본다면, 존중하는 것일 것이다.
어쩌면 MBTI가 I 100%에 근접하는 나로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행동)할 수가 있지?” 라고 부정하는 것도, 궁금해하는 것도 말이다.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않고 “그럴 수 있지”라며, 다르다고 받아들이면 세상살이가 한결 편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