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캠핑을 가기로 한 지 1년이 넘었다. 아내와 나는 캠핑 경험이 없지만, 나는 펜션을 다니면서 캠핑 느낌을 여러 번 겪으면서, 캠핑스러운 느낌을 좋아하다 보니, 언젠가 함께 가기로 했었다. 캠핑스럽다고 하면, 불멍이라던지 바베큐다.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왔는데, 아무래도 캠핑은 싫다고 해서 글램핑으로 왔다(장비도 없다). 화장실이 실내에 같이 있는 글램핑장을 알아보고 왔다.
아내는 내가 좋아하는 캠핑 요소들을 대부분 싫어하진 않지만, 조개구이는 좋아하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영업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맛조개를 사와서 영업했는데 아주 만족해했다. 다음부터 맛조개는 조금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나는 조개구이를 정말 좋아해서 무제한 리필집을 찾아가 먹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금방 질리는데, 아내도 이제 조금 먹을 수 있으니, 양이 딱 맞다.
오랜만에 불멍을 했다. 살짝 추운 날씨에, 너무 뜨겁다가, 딱 좋게 따뜻했다 하는 기분이 좋았다. 집에서 보일러를 틀어서 안정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아니라, 야외에서 뜨겁기도 하고, 춥기도 하면서 따뜻한 느낌이 드는 분위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장작이 타는 소리가 좋다. 여러 텐트가 모여있다 보니 음악을 틀고 즐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너무 만족했다.
아내는 나와 다른 형태로 불멍을 즐겼다. 처음에는 나처럼 멍때리는 “불멍”을 즐기는 것 같았는데, 장작이 많이 타고 이제 은은하게 남아있을 때 불놀이를 즐겼다. 뭔가를 태우는 게 너무 재밌다면서, 텐트 근처의 나무 잔해를 거의 다 주워서 태운 것 같다. 불을 보면서 멍때리는 것이 아니라 불에 넣을 것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택했다. 이제 많이 즐겼으니 들어가자고 해도, 아직 태울게 이렇게 많다면서 안 들어간다고, 누구보다 불멍을 즐겼다.
야외 일정을 마치고, 실내에서 어묵탕에 2차까지 마쳤다.
오랜만에 제대로 쉬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