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이 되었다. 비행기는 6시였지만, 수속을 미리 해야 하기도 하고 공항과 거리가 조금 있어서, 일찍 사실상 점심까지가 여행 일정이었다.
형들은 지난날 새벽에 라멘을 먹었던 터라, 혼자 편의점에서 요깃거리를 사다 먹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시간이 조금 남아 돈키호테에 가서 아내가 부탁한 제품 몇 개를 사러 갔고, A형은 카페에서 쉬었다. B형은 고맙게도 같이 나섰고, 따로 쇼핑했다.
쇼핑을 마치고, 마지막 끼니는 내가 정말 먹고 싶다고 했던, 규카츠를 먹으러 갔다. A형이 맛집을 찾아놨다며 출발했다. 11시 오픈이었는데, 11시 20분쯤 도착했고 줄이 없는 줄 알았는데 한쪽 벽에 길게 줄이 있었다. 애초에 우리는 2시 30분 정도까지 시간이 있어서 여유 있게 기다렸다가 먹고 쇼핑 조금 하다 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 시점에, 숙소에서 연락이 왔다. 숙소에 노트북이 있다고. 아…^^ 노트북을 두고 왔다. 자기전까지 노트북을 쓰다가 침대 옆에 내려놨더니, 전혀 보이질 않아 놓고 그대로 온 것이다. 급히 연락해서 찾았다. 진짜 가슴이 철렁했는데, 좋은 숙소를 잡은 덕에 찾을 수 있었다.
웃긴 점은, 내가 노트북을 가지러 갔을 때 A형이 갑자기, 아무래도 키보드를 사야 할 것 같다면서 갑자기 비쿠 카메라로 가더니 (B형 혼자 대기하고) 리얼포스 키보드를 사 왔다.
그렇게 숙소에 다시 가서 노트북을 받아오는 데 30분즘 걸렸는데, 두 발자국 정도 줄이 줄어있었다. 그때 도망쳐야 했었으나, 어리석게도 희망을 갖고 기다리는 바람에 2시간 가까이 기다렸다.
1시간 정도 대기했을 무렵, 건너편 텐동 집 대기자 전원이 3~4번 정도 바뀌었는데, 아 저기 갈걸 그랬나 싶었다. 심지어 “저기 갈걸”이라는 얘기를 3번 정도 한 것 같다.
2시간 대기가 가까워질 때쯤 식당에 들어가서 먹었다. 정말, 대기시간을 잊을 정도로 너무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오사카를 오게 된다면 무조건 오픈런을 해야 하는 곳이다. 고민 없이 오픈런을 할 것 같다.
여튼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공항으로 가기까지 40~50분 정도가 비어서 지인에게 선물할 것들 구경하자는 명목으로 비쿠 카메라에 (또) 들어갔다. 그리고 시작된 A형의 뽐뿌.
지금이 최저가다. 다시 없을 세일이라면서 키보드 뽐뿌를 넣었다. 일단 키보드 전에 B형은 아들 선물을 사고, 결국 공항 출발까지 몇분 남지 않은 시점에 버저비터로 키보드를 샀다.
그렇게 모두가 키보드 푸어가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 A형의 제안으로 각자 산 키보드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정말 알차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환전할 당시에 남으면 아내와 여행할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마지막 날에 부족해서 카드 결제까지 한 걸 보니 진-짜 알찼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