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있어서 마지막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억나는 남의 마지막도 여럿 있지만, 내 마지막을 얘기해 볼까 한다.
대학원 박사 수료를 마치고 대학원을 떠날 때 내 마지막은 지친 미역 같으면서 설렘 반이었다. 지도교수님께서 워낙 프로그래밍을 중요시하셔서 프로그래밍을 많이 한 편이었지만, 시스템 개발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개발을 잘하기 전에,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더 많이 요구해서 힘들었다. 그러다 이제 병역을 위해 회사를 가야 한다니, 드디어 좋아하는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아마 그런 내 모습이 비춰졌을 것이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만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회사를 그만둘 때 내 마지막은 회의감을 가진 직원이었다. 회사에 애정을 많이 쏟고, 사람들에게도 애정을 많이 쏟았었는데, 어떤 계기로 마음이 떠났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다녔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 최선을 다하고 가겠다.”
오히려 마음이 떠나니, 더 칼같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 한 번도 지각한 적도 없고, 이 마음이 들고 나서는 한 번도 야근한 적도 없다. 내 마음과 관계없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비춰지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관계에 있어서 “마지막”이 진짜 “마지막”이라면, 아무 상관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진짜 “마지막”인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 “스스로”에게 좋은 것 같다.
이쯤 되면 성장 중독자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