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오면 아내와 약속했던 것이 있다. 꼭 동네에 대해 잘 알기로 했었다. 답십리에 살았을 때는 동네도 잘 모르고, 사실 늘 자취를 해오면서 동네에 정을 붙이다는 느낌을 몰랐던 터라 그냥 저냥 보냈었다. 그래서 이사 오면 정을 붙여보기로 했었다.
오늘 마침 시간도 되고, 저녁메뉴를 못 고르고 있는 와중에, 동네를 돌아보면서 골라보자고 했다. 동네 골목부터 시작해서, 등촌역까지 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돌아다녔다. 저녁 먹을 곳을 고르자며 나왔지만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좋았다. 정확히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일상의 가벼운 대화였지만 즐거웠다. 종종 텐션이 올라가 서로 깔깔 거리고 뛰어 다니기도 하고.
그렇게 걷다가 갑자기 문 닫은 곱창집이 보였다. 분명 문 닫은 곳이었는데, 아내가 곱창 냄새 난다면서 곱창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냥 먹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곱창집을 찾아 나섰다. 등촌역까지 가서 하나 있는 곱창집을 갔는데, 하나밖에 없어서 갔지만 꽤 맛집의 기운이 있었다.
소개팅 2일 차에, 곱창집에서 만났을 정도로 아내는 곱창을 좋아하고, 또 당산에 맛집이 있다. 언제나 그 집이 기준이었다. 오늘 간 곱창집은 거의 비슷한 급이었다. 그렇게 저녁도 만족스럽게 먹고 집으로 걸어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대로변으로 왔는데, 눈에 보이는 가게를 하나씩 가리키면서 다음에 오자고 약속했다.
이제 다른 방향으로 나들이를 가보자며, P답지 않게 계획을 얘기하면서 집에 왔다.
(이제 2차를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