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대부분 내 선택에 의해서 흘러가지만, 또 사람 인생이란 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 선택에 의해서는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일을 써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선택이 후회되거나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일이었고,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예전 글인 왜 사업을 하는가에서 지금 회사 이전에 슬기로운생각이라는 회사를 운영했었다고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동업했던 형이 정말 갑자기 연락이 와서, 차를 보러 가자고 했다. 그때 형은 BMW 520d 모델을 타고 있었는데, 그 차를 타면서 알게 된 영업사원이 연락한 것이다.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3시리즈가 풀체인지 될 예정이라, 엄청 싼 프로모션이 나왔다고 했었나. 차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구경이나 할 겸 따라갔다.
그 당시 나는 엄마가 빌려준 스파크를 끌고 다닐 때였다. 고속도로에서 100km/h가 넘으면 차가 조금 흔들려서 무서운 것 빼고는 불만 없이 만족하면서 타고 있었다. 1년 정도 탔는데, 형은 그게 신경 쓰였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외제 차 리스를 하자고 했다. 리스하면 좋은 점과 차의 가격과 설명을 듣긴 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는 내용이었고, 뭐 어쨌든 가성비 좋고 회사에도 나쁘지 않고 어차피 내가 회사 출퇴근용으로만 차를 사용하니 문제도 없었다.
그렇게 차 구경하러 갔다가, 덜컥 외제 차 계약을 하고 왔다. 그 와중에 디젤은 싫어서 320i를 계약하고 나왔다. 지금 생각해도 무슨 용기였는지 모르겠다. 뭐 결과적으로 5년 동안 잘 타고 판매하긴 했지만, 만약 그 상황이 다시 온다면 계약하진 않을 것 같다.
실제로 난 차에 관심도 없고, 운전을 많이 하지도 않고, BMW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속도감”이나 차의 “반응속도”도 관심 없다.
실제로 내가 BMW를 타고 다닐 때 5년 동안 3만 킬로정도 탔었고, 거의 ECO 모드로만 운전했었다. 그래서 내 차를 타는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얘기했다. 이렇게 탈거면 BMW를 왜 타냐고.
사다리필름을 다닌 시절에 댄디의 브랜딩 관련 얘기중 이런 얘기가 있었다. 사용하는 물건이나 구매하는 것들에 그 사람의 가치관이 투영된다고 했었나. 그 얘기를 들은 이후로는 오히려 BMW 타는 것을 숨기고 다녔다. BMW를 타고 다니면 차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았는데, 그게 싫었다. 뭐, 숨겼다고 해서 안 탄 건 아니었고 차종을 물어봐도 굳이 얘기 안 하는 정도이긴 했다.
어찌 됐든 회사를 몇 번 옮기면서 차가 골칫덩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5년간 잘 타고, 심지어 판매하면서 꽤 큰 금액을 받기도 해서 만족했다.
떠밀려서 한 결정 덕에, 안 해볼 경험을 해서 좋았지만 결국 결정은 내 몫이다. 그 당시 나는 싫다고 했지만 궁금하기도 했을 것이고, 어쩌면 떠밀리는 상황을 핑계 삼아 외제 차를 탈 생각에 신이 나기도 했을 것이다. 어떻게 결정했던지, 온전히 내가 감당할 일이었다.
덕분에 내 주관을 더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