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의가 끝나고 아내와 누룽지 통닭을 먹었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술도 한잔했다.
가게가 그리 멀진 않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30~40분 정도 걸리는 거리라, 버스를 타고 가서 먹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걸어서 오자고 해서 정말 오랜만에 오래 걸으면서 얘기를 나눴다.
아내가 자신 있게 걸어가자고 해서 따라갔으나, 갑자기 누룽지 통닭집 가는 방향이 나와서 급하게 지도를 보고 돌아갔다.
30~40분 걸리는 거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게 걷다가 서울시립대가 나와서 산책 겸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뭐 집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갈 수 있겠지 싶었는데 아니었다. 정말 꽤 오래 걸었는데 도무지 출구가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돌아서 나왔고, 다시 원위치했다.
두 번을 원위치하고 나서야 제대로 길을 찾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아내와 결혼한 지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서로의 생활 패턴을 알고 있는 현재 시점에, 이사를 가게 되니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살고 싶다든지, 새롭게 다짐하고 싶은 것은 없는지 등을 얘기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하고 싶었는데 포기했던 건 없는지, 가볍게라도 시도해 보고 싶었던 건 없는지 등 정말 많은 주제로 삶의 방향을 얘기하게 되었다.
길을 잘못 들고 헤매면서 산책 시간이 1시간이 넘어갔지만,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는 시간이었다.
대화도 아쉽고, 술도 아쉬운 마당에, 당연히(?) 맥주를 사고 집에 와서 얘기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TV를 안 틀고 음악을 깔아놓고 긴 시간 얘기를 나눴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맡은 바를 잘 해내면 어쨌든 끝나니까. 그런데, 그 하루가 반복되면 분명 열심히는 살지만, 인생의 큰 관점에서 놓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오늘은 큰 관점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에 대해 나눈 것 같다. 즐거운 일이다.
이토록 즐거운 이유는, 어쩌면 그저 “이사”일 뿐인데, 이제서야 진짜로 둘이 함께할 시간을 계획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