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고민했던 경력과 경험에 대해 솔직하게 작성해 봐야겠다.
이전 포스팅에서 어느 정도 비치긴 했지만, 내가 개발해 온 경력과 경험 중 이름을 대면 알만한 곳은 없다. 개발해온 환경을 생각해 보면, 내가 원래 할 줄 아는 수준의 개발 능력에 도메인 지식이 추가되면서 경력이 쌓였다. 그 중엔 리눅스, 클러스터 환경과 같이 도움이 되는 것도 있었고, 지금은 쓰지 않는 기술도 있었다.
대학교 선배가 첫 사업을 시작 하기 전에 이런 얘기를 했었다. 사업시작하기 전에 대기업도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가면 훨씬 많이 배우고 성장할 것 같다고 했다. 대부분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시점의 기회가 다신 오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에 바로 사업을 시작했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기술도 따라가면서 즐거웠지만, 작년 말부터 고민이 되었던 것이 성장에 대한 부분이었다. 내가 해왔던 학습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단방향뿐이었다. 거의 대부분을 혼자 찾아보고, 혼자 적용해 보고 좌절을 반복했다. 이렇게 경력을 쌓아오면 (아마 필연적으로) 현재 나의 상태에 대한 불신이 생기는 것 같다. 다행히 많은 개발자 분이 좋은 아티클을 많이 공유하기 때문에 거시적으로 보면 방향은 틀릴 것 같지 않지만, 정말 나는 좋은 구조를 고민하고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 개발자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실제 사례를 들어도 도메인 지식이 부족해서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디북스 개발자분들이 리액트로 리팩토링하는 과정을 코드로 설명해 주는 콘텐츠를 봤는데 10%쯤 이해한 것 같다.
그래서 향로님과 호영선배를 찾아뵙고 코멘트를 듣고, 공부도 하고, 사내 프로젝트에 적용도 해봤다. 그러면 이제 나는 덜 불안하고 훈련하는 일만 남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적용하는 게 맞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고, 바로 들었던 생각이, 결국 이런 구조가 필요한 순간을 만나고 우여곡절을 겪고 해결해야 평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몰래) 존경하는 개발자분이 있는데, 최근 페이스북에 아티클을 공유하셨다. 아티클의 제목은 협업을 잘하는 개발자가 되어보자였는데, 굉장히 위로되는 글이었다. 글 내용의 시작과 달리 오히려 나는 협업하기 편한 개발자라는 평가를 많이 받아왔다. 회사를 다닐 때도 그랬고, 사업을 할 때도 그랬고, 같이 일하는 비개발자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어서 업무 진행이 잘 되었었다. 그리고 아티클 내에 “시장은 내 생각보다는 고품질의 코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굉장히 와 닿았다. 품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개인 브랜딩이 중요하고, 실제로 브랜딩 잘하는 개발자분들이 있고 (실제로 뛰어나고), 나아가 개인 사업으로 연결하여 성공하신 분들도 많이 보인다. 즉, 예전보다 “스타 개발자”라고 불릴만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개발자가 어떤 의견을 얘기하면, 분명 그 개발자는 “본인의 개인 의견”이라고 얘기하지만, 얘기를 듣는 나의 입장에서는 너무 정답처럼 들렸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불안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어오니 오히려 나의 경력이 꽤 듬직해졌고, 현재 나의 개발 과정이 만족스러워졌다. “결과”에 대한 만족이라기보단 “과정”에 대한 만족이 드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해온 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난 꽤 좋은 개발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