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영상 하나를 추천해줬다.
이 글의 제목과 달리, 유튜브 영상의 제목은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개발자는 ‘안 돼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다. 영상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는 하지만, 제목이 마음에 든다면 꼭 한번 보는 걸 권장한다.
영상 속 사람은 기자경험이 있는 개발자로 보인다. 난 개발자가 된 것이 전공이라 자연스럽기도 했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도 기술 외 관점으로 질문할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데, 이 영상에서는 회사 입사후에 주변에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당신이 보기에 이런 사람이 진짜 훌륭한 개발자다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나요?”
개발자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PM, QA 등 여러 분야에 물어봤고 하나같이 “그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 있고, 이 내용을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한 것이 영상의 제목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개발자는 “안 된다”라는 말을 “그냥”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이 영상을 보고 내가 걸어온 커리어를 돌이켜보니, 이 커리어 덕에 나는 영상에서 말하는 “문제 해결형 개발자”로 살아가고 있다.
1 페이즈: 직장인
나의 직장인 경력은 전문연구요원시절 다녔던 NAS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 전부다. 사내에서 처음 클러스터 파일시스템을 도입해서 클러스터로 구성되는 NAS 제품을 만드는 팀에서 일을 했다. 실제로 파일 시스템을 직접 구현하거나 수정하진 못했고 모니터링 시스템의 Scale-Out 과 관련된 개발이 주를 이루었다.
전문연구요원 기간은 말 그대로 군인이기 때문에 “이렇게 월급 많이 받고 군복무만 해도 완전 꿀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시킨일 잘하고, 환경에 따라 시킨일을 안해도 될 것 같으면 피하기도 하는.. 그런 사람도 (같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있었다.
하지만 난 정작 전문연구요원이라는 이유로 회사를 충분히 선택하지 못하고 들어와서 내 커리어가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리눅스와 클러스터 환경에 대한 이해라도 잘 쌓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며칠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모든 옵션을 개발하고 테스트해보고, 현상과 방향에 대해서 정리해서 향후 최종 결정의 기반 데이터로 제안한적이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누군가는 그 문제를 해결하고 퇴사하면 회사만 좋은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사고를 하게 되면 회사 서비스나 회사에서 진행하는 모든 일이 나와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없다.
문제 해결형 개발자가 되기 위한 시발점이 아니었을까.
2 페이즈: 첫 번째 사업
첫 번째 사업은 “슬기로운 생각”이라는 이름의 회사였다. 그 당시에는 플랫폼보다, 판매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중점적으로 했었고, 외주 개발을 지금보다 조금 더 전투적으로 했었다. 심지어 회사로 받지 않고 회사 업무 외 시간으로 개인 프리랜서 형태로 계약한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회사들도 처음엔 개발조직이 없어서, 모든 개발이 외주로 굴러갔었다. 덕분에 먹고 살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당시에는 미팅을 정말 많이 했다. 회사 내에 내가 알려져서, 새로운 팀이 생길 때마다 연락이 왔고 꽤 다양한 팀, 회사와 업무를 했다. 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앞서 공유한 영상에서 얘기한 얘기다. “대화가 통해서 너무 좋다. 대화가 잘 되는 개발자가 너무 없다.”라는 얘기였다.
직장인 페이즈의 성향에 “계약을 해내겠다는 의지”가 만나 좀 더 학습을 하게 됐던걸까.
3 페이즈: 지금
지금은 “엘에이에이치”라는 회사명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 사업때와는 조금 다른 규모의 외주를 하다보니 외주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피드백을 받는 경우는 없다.
다만 A와 H가 이런 피드백을 많이 하는 편이다. 원래 그런 성향이기도 했지만, 지금 같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는 사실상 우리의 생계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성향(문제 해결형)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은 “문제 해결형”이 아니었다면 시작이 어려웠을 것 같긴하다.
영상을 보면 후반부에 배달의 민족 대표 인터뷰 영상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이부분에서 놓치면 안되는 점이 있다. 물론 영상의 맥락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중요한 부분은 스펙 구현형으로서의 역량이 꽤 뛰어나야 한다. 따라서 영상에서처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안할 수 있으면 좋지만, 경험이 부족해 제안할 수 없다면 기술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나열할 수 있어야 하고, 나아가서 이런 부분을 실제로 검증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런 과정이 스펙 구현형으로서도 빠른 성장을 가져오고, 문제 해결형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