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이 있었다. 집에 그림을 걸어 두는 것이다.
이 로망에는 여러 버전이 있다. 이룰 수 없는 버전과 어쩌면 이룰지도 모르는 버전과 이룰 수 있는 버전.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A와 H 덕분에 이룰 수 있는 버전을 이뤘다.
그 얘길 하기 전에, 이룰 수 없는 버전은 바로 르누아르 원화를 집에 걸어두는 것이다. 그림 전시를 보러 가면 원화가 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작품을 멀리서 보면 사실 좋은 프린터로 뽑은 그림이나 원화나 크게 차이 안 날 수 있지만, 조금만 가까워져도 원화가 주는 느낌은 비교가 안 된다.
원화를 보면 작가가 터치한 느낌이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좋다. 나는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냥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정이나 느낌에 따라 좋고 나쁘고를 얘기한다. 그런 면에서 르누아르 작품은 대부분 좋다. 하지만 당연한 얘기겠지만 원화를 살 수는 없다. 하하.
그래서 다음 목표는 대가의 작품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그림의 원화를 거는 것이다. 어쩌다 기회가 되어 여러 작품의 원화 가격을 듣게 되었는데, 아주 못살 가격은 아니지만 꽤 큰맘 먹고 사야 하는 가격이었다.
이룰 수 있는 버전은 좋아하는 그림을 원화가 아닌 형태로 걸어 놓는 것이다. 생각보다 걸고 싶은 그림은 저작권이 있고 비싸기 때문에 작품이 보일 때마다 구매할 수 있는 루트가 있는지 살펴봤었다. 그러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의 작품 중에 너무너무 내 스타일인 작품을 찾았고, 거기다 마침 해당 작품을 포스터로 판매하고 있었다. (언젠간 원화를 살 수 있겠지.)
영원 같은 1초의 입맞춤: https://www.objecthood.co.kr/product/minzoking_20
이 얘기를 A, H와 나눴는데, 선뜻 선물로 사주겠다고 했다. 그림은 아내를 위한 선물이라면서.
덕분에, 로망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